세 번째로 소개 드리는 보난자 커피 피플, 정우영 님은 보난자커피 군자점 오픈 멤버로 합류해 군자점 매니저로 매장 전체를 돌보던 분이에요. 그리고 지금은 오피스 운영팀으로서 오프라인 활동을 두루 아우르고 있죠. 개성이 뚜렷하고 자기만의 기준이 확고해 자칫 다가가기 어려워 보이기도 하지만, 알고 보면 더없이 다정한 분위기 메이커랍니다.
커피 한 잔이 내어지기까지, 마시는 사람을 헤아리며 모든 맥락에 세심한 정성을 기울이는 그가 이야기하는 뒷면의 이야기, 그리고 언제 어디서든 직접 커피를 내려 마시는 커피 애호가의 삶 일부를 나눕니다.
Part 1. 커피 한 잔에 이르기까지, 뒷면의 이야기
- 전에는 패션 업계에서 일하다 직종을 바꾸셨죠. 일 년간 일본에서 지내다 커피 세계에 입문하셨다고요.
일본에서 지낼 때 집 근처 이노카시라 공원에서 산책을 자주 했는데, 공원 끝까지 걷다 보면 로스터리 카페가 하나 있었어요. 다루는 원두가 주기적으로 바뀌는 그곳에서 원두를 구매해, 아침에 커피 내려 마시는 루틴이 생겼어요. 덕분에 매일 밤에는 다음 날 아침을 기다리게 되고, 아침에는 새로운 원두를 마시는 설렘이 있었죠. 그때 느낀 설렘 덕에 커피가 좋아졌어요. 당시 상황을 지금에 비유하자면, 공원이 새로운 세계를 향한 문이고 저를 기다리던 카페가 보난자커피가 아닐까 싶네요. (웃음)
- 비유가 시적이네요. 수많은 커피 브랜드 중 ‘보난자커피’를 선택한 이유는요? 매장 오픈 전에 입사하셨으니, 실체도 없었을 때인데요.
두 가지 이유가 맞닿았어요. 멋진 브랜드에서 일하고 싶었고,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고 싶었습니다. 마침 보난자커피 채용 소식을 듣고 지원했어요. 면접을 보기 전에 공사 중인 군자점을 찾아가 봤는데, 넓은 보행로 옆에 붉은 벽돌 건물과 통 유리창이 매력적이었죠. ‘이 공간에서 일하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었어요.
- 일하고 싶었던 그곳에서 바리스타를 거쳐 매니저까지, 그리고 지금은 오피스에서 매장 전체를 관리하고 계시네요. 역할을 확장해나갈 때마다 많은 변화가 있었겠죠?
매장 매니저일 때는 카페라는 공간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했다면, 지금은 공간을 넘어서 소비자와 닿을 수 있는 시간을 늘리기 위한 고민을 해요.
넓은 보행로 옆 붉은 벽돌 건물, 통 유리창이 매력적인 보난자커피 군자점
- 커피 한 잔이 내어지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치열한 고민과 노력이 담겨있죠. 더 나은 커피 한 잔을 위해 바리스타들이 노력하는 과정을 들려주세요.
기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원두와 기구들에 관한 이해, 추출 과정에 대한 지식, 환경에 따른 응용력이 필요합니다. 원두나 매장 환경에 따라 사용하는 기구들이 달라질 테고, 추출 과정을 파악해야 원하는 커피를 추출할 수 있으니까요. 최근 스페셜티 커피 시장은 통계학적 수치를 바탕으로 커피를 추출하는 경우가 많은데, 숫자보다 중요한 건 값을 매길 수 없는 진심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 진심이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청소하고 자리를 정리하며 손님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죠. 다만 맛이든 서비스든 한 번에 와닿기는 어려우니, 대장장이의 망치질처럼 계속해서 두드릴 수밖에 없죠.
- 진심이 통했다고 느끼는 순간은?
전부 사소한 순간들이에요. 커피가 맛있었다고 인사하고 가시는 분들, 흘러나오는 음악이 좋다며 알려달라고 하셨던 분들이 떠오르네요.
- 앞으로는 바리스타 분들께 커피 맛있다는 인사를 꼭 건네야겠어요. 바리스타를 넘어 매장을 책임지는 매니저로서 ‘이것만은 반드시 잘 해내자’ 혹은 ‘이것만은 하지 말자’같이 스스로 세운 철칙이 있었나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직원분들의 스케줄이었습니다. 좋은 서비스는 직원들의 체력과 만족도에서 나온다는 생각에, 원하는 휴무를 맞춰주면서도 공평하게 배분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군자점은 직원들이 많다 보니 스케줄 잡는 일이 가장 어려웠는데, 그 노력을 알아주고 지각이나 결근 없이 열심히 일하시는 직원분들의 모습을 보며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 앞으로 보난자커피 코리아 매니저로서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요?
공연을 즐기듯 멋진 경험을 만들고 싶어요. 바리스타 각각 조명 받을 수 있는 무대를 만드는 거죠. 예를 들어 선택 가능한 2가지 원두가 있다면, 2명의 바리스타가 원두를 하나씩 맡는 거예요. 손님들이 원두를 선택하고 나면, 그 원두를 담당하는 바리스타에게 가서 커피를 추출하는 것부터 음료를 제조하는 모든 과정을 보고 받아 가는 거죠.
- 전에 무대 연출에 공들이기로 유명한 FKJ의 공연장에서 우연히 마주쳤던 때가 떠오르네요. 좋은 경험들을 켜켜이 쌓은 우영님이 만들어낼 무대가 기대돼요. 이번 년도에 현실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겠어요!
Part2. 커피 한 잔을 즐기기까지, 계획형 커피 애호가
- 요리사들은 일터에서 요리를 많이 하다 보니 집에서는 요리를 하지 않는다는데, 바리스타들은 일하지 않을 때에도 커피를 많이 마시더라고요. 우영님도 집에서는 물론 야외에서도 커피를 내려 드시죠. 도구도 다양하게 활용하시던데요.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 다른 도구를 사용해요. 여행을 가거나 야외 활동을 할 때는 커피 담당이 되어 도구를 챙겨가곤 하고요. 예를 들면 캠핑 갔을 땐 간편하고 빠르게 내려 마실 수 있는 스팁샷이라는 도구나, 휴대가 용이한 스테인리스 드리퍼와 컵을 이용합니다. 집에서는 대체로 오리가미 드리퍼로 커피를 내리고, 기분에 따라 모카포트를 사용하기도 해요.
- 커피 담당이 있는 여행, 낭만이 보장된 시간이네요. 맛있는 커피를 내리기 위한 본인만의 비결이 있나요?
어떤 상황에서 마시는지, 그리고 누구를 위한 커피인지 헤아리는 게 가장 중요해요. 특별한 날에는 쉽게 접하기 어렵거나 재미난 요소가 있는 커피를 찾아 내려주면 기억에 남는 커피가 되겠죠. 만약 스스로를 위한 커피를 내린다면, 마시고 싶은 잔을 골라서 마시는 것. 느낌이 중요하니까요.
- 실제로 커피잔의 무게나 감촉이 커피 맛을 좌우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던데요. 여태 경험한 커피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커피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지네요.
2021년 3월 즈음 ‘에콰도르 얌바미네 시드라 레드워시드’라는 커피를 마셨는데, 스파클링 와인 느낌이 나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무산소 발효 커피가 유행처럼 퍼져나가던 시기였죠. 느낌이 워낙 강렬해서 아직도 가슴에 흉터처럼 남아있습니다.(웃음)
- 스타일이 뚜렷한 만큼 커피 취향도 뚜렷하실 것 같아요.
꽃과 과일향이 느껴지는 에티오피아 구지 지역의 깔끔한 워시드 프로세스 커피를 좋아합니다. 지금 보난자커피에서 다루는 원두 중에서는 ‘그라시아스 아 디오스 페루’ 원두를 가장 좋아해요.
- 커피 취향을 찾는 팁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커피를 경험하면서 재미를 느꼈던 방법은 국가나 품종, 가공 프로세스같이 카테고리 별로 다양하게 마셔보고 입에 맞는 커피가 있으면 카테고리를 세분화해서 마시는 거예요. 그러면 어떤 커피를 선호하는지 어느 정도 알게 되더라고요.
스페셜티 커피에 관해 더 알고 싶다면 관련 정보를 많이 읽어보셨으면 하고, 자기만의 취향이나 기준을 갖고 싶다면 직접 경험하고 생각해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때로는 무리하기도 하고 후회도 해보면서. 스스로 경험을 쌓고 깨달음을 얻는 것, 커피뿐만 아니라 모든 것에 적용되는 방법이죠. 저 또한 그런 경험들 덕에 제 페이스를 찾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정우영, 보난자커피 코리아 매니저
더 나은 커피 한 잔을 향한 여정 #3 - 카페 & 오피스
Part 1. 커피 한 잔에 이르기까지, 뒷면의 이야기
- 전에는 패션 업계에서 일하다 직종을 바꾸셨죠. 일 년간 일본에서 지내다 커피 세계에 입문하셨다고요.
일본에서 지낼 때 집 근처 이노카시라 공원에서 산책을 자주 했는데, 공원 끝까지 걷다 보면 로스터리 카페가 하나 있었어요. 다루는 원두가 주기적으로 바뀌는 그곳에서 원두를 구매해, 아침에 커피 내려 마시는 루틴이 생겼어요. 덕분에 매일 밤에는 다음 날 아침을 기다리게 되고, 아침에는 새로운 원두를 마시는 설렘이 있었죠. 그때 느낀 설렘 덕에 커피가 좋아졌어요. 당시 상황을 지금에 비유하자면, 공원이 새로운 세계를 향한 문이고 저를 기다리던 카페가 보난자커피가 아닐까 싶네요. (웃음)
- 비유가 시적이네요. 수많은 커피 브랜드 중 ‘보난자커피’를 선택한 이유는요? 매장 오픈 전에 입사하셨으니, 실체도 없었을 때인데요.
두 가지 이유가 맞닿았어요. 멋진 브랜드에서 일하고 싶었고,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고 싶었습니다. 마침 보난자커피 채용 소식을 듣고 지원했어요. 면접을 보기 전에 공사 중인 군자점을 찾아가 봤는데, 넓은 보행로 옆에 붉은 벽돌 건물과 통 유리창이 매력적이었죠. ‘이 공간에서 일하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었어요.
- 일하고 싶었던 그곳에서 바리스타를 거쳐 매니저까지, 그리고 지금은 오피스에서 매장 전체를 관리하고 계시네요. 역할을 확장해나갈 때마다 많은 변화가 있었겠죠?
매장 매니저일 때는 카페라는 공간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했다면, 지금은 공간을 넘어서 소비자와 닿을 수 있는 시간을 늘리기 위한 고민을 해요.
넓은 보행로 옆 붉은 벽돌 건물, 통 유리창이 매력적인 보난자커피 군자점
- 커피 한 잔이 내어지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치열한 고민과 노력이 담겨있죠. 더 나은 커피 한 잔을 위해 바리스타들이 노력하는 과정을 들려주세요.
기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원두와 기구들에 관한 이해, 추출 과정에 대한 지식, 환경에 따른 응용력이 필요합니다. 원두나 매장 환경에 따라 사용하는 기구들이 달라질 테고, 추출 과정을 파악해야 원하는 커피를 추출할 수 있으니까요. 최근 스페셜티 커피 시장은 통계학적 수치를 바탕으로 커피를 추출하는 경우가 많은데, 숫자보다 중요한 건 값을 매길 수 없는 진심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 진심이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청소하고 자리를 정리하며 손님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죠. 다만 맛이든 서비스든 한 번에 와닿기는 어려우니, 대장장이의 망치질처럼 계속해서 두드릴 수밖에 없죠.
- 진심이 통했다고 느끼는 순간은?
전부 사소한 순간들이에요. 커피가 맛있었다고 인사하고 가시는 분들, 흘러나오는 음악이 좋다며 알려달라고 하셨던 분들이 떠오르네요.
- 앞으로는 바리스타 분들께 커피 맛있다는 인사를 꼭 건네야겠어요. 바리스타를 넘어 매장을 책임지는 매니저로서 ‘이것만은 반드시 잘 해내자’ 혹은 ‘이것만은 하지 말자’같이 스스로 세운 철칙이 있었나요?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직원분들의 스케줄이었습니다. 좋은 서비스는 직원들의 체력과 만족도에서 나온다는 생각에, 원하는 휴무를 맞춰주면서도 공평하게 배분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군자점은 직원들이 많다 보니 스케줄 잡는 일이 가장 어려웠는데, 그 노력을 알아주고 지각이나 결근 없이 열심히 일하시는 직원분들의 모습을 보며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 앞으로 보난자커피 코리아 매니저로서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요?
공연을 즐기듯 멋진 경험을 만들고 싶어요. 바리스타 각각 조명 받을 수 있는 무대를 만드는 거죠. 예를 들어 선택 가능한 2가지 원두가 있다면, 2명의 바리스타가 원두를 하나씩 맡는 거예요. 손님들이 원두를 선택하고 나면, 그 원두를 담당하는 바리스타에게 가서 커피를 추출하는 것부터 음료를 제조하는 모든 과정을 보고 받아 가는 거죠.
- 전에 무대 연출에 공들이기로 유명한 FKJ의 공연장에서 우연히 마주쳤던 때가 떠오르네요.
좋은 경험들을 켜켜이 쌓은 우영님이 만들어낼 무대가 기대돼요. 이번 년도에 현실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겠어요!
Part2. 커피 한 잔을 즐기기까지, 계획형 커피 애호가
- 요리사들은 일터에서 요리를 많이 하다 보니 집에서는 요리를 하지 않는다는데, 바리스타들은 일하지 않을 때에도 커피를 많이 마시더라고요. 우영님도 집에서는 물론 야외에서도 커피를 내려 드시죠. 도구도 다양하게 활용하시던데요.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 다른 도구를 사용해요. 여행을 가거나 야외 활동을 할 때는 커피 담당이 되어 도구를 챙겨가곤 하고요. 예를 들면 캠핑 갔을 땐 간편하고 빠르게 내려 마실 수 있는 스팁샷이라는 도구나, 휴대가 용이한 스테인리스 드리퍼와 컵을 이용합니다. 집에서는 대체로 오리가미 드리퍼로 커피를 내리고, 기분에 따라 모카포트를 사용하기도 해요.
- 커피 담당이 있는 여행, 낭만이 보장된 시간이네요. 맛있는 커피를 내리기 위한 본인만의 비결이 있나요?
어떤 상황에서 마시는지, 그리고 누구를 위한 커피인지 헤아리는 게 가장 중요해요. 특별한 날에는 쉽게 접하기 어렵거나 재미난 요소가 있는 커피를 찾아 내려주면 기억에 남는 커피가 되겠죠. 만약 스스로를 위한 커피를 내린다면, 마시고 싶은 잔을 골라서 마시는 것. 느낌이 중요하니까요.
- 실제로 커피잔의 무게나 감촉이 커피 맛을 좌우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던데요. 여태 경험한 커피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커피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지네요.
2021년 3월 즈음 ‘에콰도르 얌바미네 시드라 레드워시드’라는 커피를 마셨는데, 스파클링 와인 느낌이 나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무산소 발효 커피가 유행처럼 퍼져나가던 시기였죠. 느낌이 워낙 강렬해서 아직도 가슴에 흉터처럼 남아있습니다.(웃음)
- 스타일이 뚜렷한 만큼 커피 취향도 뚜렷하실 것 같아요.
꽃과 과일향이 느껴지는 에티오피아 구지 지역의 깔끔한 워시드 프로세스 커피를 좋아합니다. 지금 보난자커피에서 다루는 원두 중에서는 ‘그라시아스 아 디오스 페루’ 원두를 가장 좋아해요.
[ '그라시아스 아 디오스 페루' 원두 보러가기 ]
- 커피 취향을 찾는 팁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커피를 경험하면서 재미를 느꼈던 방법은 국가나 품종, 가공 프로세스같이 카테고리 별로 다양하게 마셔보고 입에 맞는 커피가 있으면 카테고리를 세분화해서 마시는 거예요. 그러면 어떤 커피를 선호하는지 어느 정도 알게 되더라고요.
스페셜티 커피에 관해 더 알고 싶다면 관련 정보를 많이 읽어보셨으면 하고, 자기만의 취향이나 기준을 갖고 싶다면 직접 경험하고 생각해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때로는 무리하기도 하고 후회도 해보면서. 스스로 경험을 쌓고 깨달음을 얻는 것, 커피뿐만 아니라 모든 것에 적용되는 방법이죠. 저 또한 그런 경험들 덕에 제 페이스를 찾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Credit
Interview | 조혜빈
Photo | 김효빈, 최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