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직업을 가진 남매. 게다가 같은 회사, 같은 브랜드 소속으로 일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죠. 이번에 소개드릴 보난자 커피 피플은 보난자커피에서 일하는 남매 바리스타 보현 & 현기님입니다. 보난자커피 명동점에서는 누나 보현님이, 군자점에서는 동생 현기님이 커피를 내리고 공간을 돌보는데요. 남매라는 점만으로도 인상 깊지만, 두 분 모두 심성이 따뜻하고 인간적으로 배울 점이 많아 동료들 사이에서 칭찬이 자자하답니다.
직장 동료로서 고민이나 피드백을 주고받기도 하고,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가족으로서 서로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둘은 곧 베를린으로 떠나 새로운 일상을 꾸려갈 예정이라고 해요. 한계 없는 도전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마음으로, 보현 & 현기님의 특별한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 바리스타라는 같은 직업을 가진 남매, 게다가 같은 브랜드에서 일한다는 서사가 흥미로워요. 커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보현 | 저는 커피보다 ‘바리스타’라는 직업에 관심이 갔어요. 커피라는 매개체 덕에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며 하나가 될 수 있고, 누군가에겐 삶 그 자체라는 의미에 끌렸죠. 바리스타는 손님들과 접촉하는 시간이 많잖아요. 커피를 통해 모든 사람들에게 친밀하게 다가갈 수 있으니 사람들은 낯설어하지 않아요. 소통하길 좋아하는 제 성격과 잘 맞기도 하고, 바리스타가 지닌 이런 이미지가 큰 장점으로 느껴졌어요. 지금 제게는 바리스타가 가장 잘 맞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현기 |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에 ‘보다 나은 오늘을 보내려면?’이라는 질문이 떠올랐어요. 스스로 묻고 답하다 보니, 일상의 요소 중 가까이 있는 커피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어 자연스레 관심이 생겼죠. 그리고 보현님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사람과 만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바리스타라는 직업을 매력적으로 느꼈습니다. 지금도 바리스타를 직업으로 선택하길 잘 했다고 생각해요.
- 보난자커피 이전에 전 직장에서도 함께 근무했다고 들었는데요. 일부러 동행하는 건가요? 든든한 짝꿍처럼. (웃음)
현기 | 동행을 의도하진 않았지만, 운 좋게도 전 직장과 보난자커피 둘 다 보현님의 권유로 함께 근무하게 되었어요. 직장에서 보현님을 대할 때에는 가족이라기보다는 '어딜 가나 있는 직장 선배'에 가까워요. 덕분에 여태 직장에서 잘 적응할 수 있었어요.
보현 | 저는 항상 현기님이 1+1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일하는 환경이 만족스러우면, 현기님도 같이 일하면 좋겠다고 자주 생각하거든요. 함께 일할 때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기도 하고요. 현기님은 단점이 더 많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위) 명동점 바리스타 보현님 / 아래) 군자점 바리스타 현기님
- 많고 많은 커피 브랜드 중, 보난자커피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보현 | 처음 바리스타라는 꿈을 갖고 커피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 접했던 커피가 *mtl한남에서 마셨던 엘 카르멘 콜롬비아였습니다. 그때부터 보난자커피를 알게 되었고, 전 직장에서 퇴사 후 현기님과 휴가로 떠난 베를린에서 보난자커피를 다시 마셨을 때 ‘이런 맛있는 커피를 다루는 바리스타들은 바에서 근무할 때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했어요. 그 즈음 보난자커피 코리아가 오픈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한국으로 돌아가면 보난자커피에서 일해야겠다 마음먹었죠.
현기 | 저도 비슷해요. mtl에서 첫 인상에 이어 베를린에서의 경험이 좋아 관심이 커졌어요.
- 보난자커피 군자점과 명동점은 각각 특징이 뚜렷한데요. 각자 일하는 매장에 관해 이야기해 볼까요.
현기 | 사계절을 뚜렷하게 체감할 수 있다는 점이 군자점의 가장 큰 장점이에요. 층고가 높아 답답하지 않고요. 매장 규모도 크다보니 보난자커피를 즐기고 싶은 분들을 한 번에 더 많이 수용할 수 있다는 점도 좋고요. 바로 옆에 로스터리가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에요. 로스터 분들과 원활히 소통하며 원두를 빠르게 공급받고, 좋은 퀄리티의 커피를 제공해 드릴 수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손님 입장에서는 본인이 마시고 있거나 구입하고 싶은 원두의 생산 과정을 바로 옆 로스터리에서 볼 수 있으니, 시각적인 효과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겠죠.
보현 | 백화점 안에 있는 명동점은 백화점 임직원분들이 자주 찾아오시고, 실내다 보니 바깥 날씨가 궂을 때 많이 찾아오세요. 군자점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긴 하나, 베를린 매장의 분위기를 잘 살려 처음 방문했을 때 압도될만한 포인트들이 있죠. 길게 늘어뜨린 레고같은 짙은 청록색 대리석 바가 큰 몫을 하고, 풍성한 식물과 우드, 스틸과 같은 재질의 조화가 정말 마음에 듭니다. 더불어 같이 일하는 팀원분들이 관심과 애정을 갖고 돌보는 덕에 많은 분들이 자주 찾아주신다고 생각해요.
짙은 청록색 대리석 커피바와 다양한 소재의 조화가 인상적인 보난자커피 명동점
- 서로의 근무 환경이 부러울 때도 있나요? 현기님은 군자점으로 이동하기 전에 명동점에서 일한 적이 있다고 들었어요.
현기 | 군자점은 매장 규모가 크고 워낙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니 한 분 한 분 신경써드리거나 스몰토크를 나누기 어렵다는 점이 무척 아쉬워요. 바리스타라는 직업을 매력적으로 느낀 이유 중 ‘손님들과의 소통’이 컸던 만큼, 이 부분은 명동점에서 일할 때 만족도가 높았어요.
보현 | 군자점의 큰창에서 내리쬐는 햇볕을 맞으며 일해보고 싶어요. 햇볕 쬐는걸 정말 좋아하거든요. 사계절을 두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다는 점이 군자점의 가장 큰 장점이죠. 봄엔 나무에서 새순이 나와 매장 안에서 밖을 보면 연두빛 세상이고요, 여름엔 푸르른 나무들과 따사로운 햇살, 가을엔 낙엽진 갈색빛 나무들과 노을, 겨울엔 바깥에 눈오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현기님이 꽤 부럽네요.
커다란 통창을 통해 날씨와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보난자커피 군자점
- 바리스타의 일상은 소통이 팔 할이잖아요. 동료 바리스타는 물론, 불특정 다수의 손님들과 원만하게 소통해야 하죠. 보현님은 내향적인 성격이라고 들었는데, 내향형 바리스타들이 참고할 만한 소통 노하우가 있을까요?(웃음)
보현 | 사실은 매일매일 제 자신에게 최면을 걸고 있어요. ‘나는 파워 외향이다...’ 보난자커피를 떠올렸을 때 행복한 기억이 남을 수 있도록 감초 역할만 하면 된다고 생각해서, '부담스럽지 않은 정도로만 소통하자'를 모토로 노력해요. 자주 가는 카페들의 바리스타 분들의 태도를 보고 많이 배우죠. 예컨대 전에 왔던 손님을 기억해 물 한잔 내어 드린다거나, 저번에 드셨던 음료와 다른 음료를 권해드리는 정도로요.
- 다른 바리스타 분들의 태도를 보고 배운다고 하셨는데,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었나요?
보현 | 베를린 크로이츠 베르크에 자리한 Nano Kaffee에서 만난 바리스타가 기억에 깊게 남았어요. 여름에 갈증이 나서 우연히 들어갔던 카페였는데, 콜드브루 토닉을 시켜놓고 앉아 한숨 돌리는 사이에 스몰 토크를 걸어왔어요. 얘기하다 보니 커피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서로 비슷하고, 좋아하는 커피 취향도 비슷했죠. 말이 매끄럽게 통하지는 않아도, 커피 하나로 마음이 통해 몇 시간 내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했던 기억이 나네요. 물론 커피도 정말 맛있었습니다.
현기 | 저도 바리스타를 막 시작했을 때 알게 된 망원동 '이페커피'가 기억에 남아요. 당시 낯가림이 심해서 처음 보는 사람과 말을 잘 못했는데, 사장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거든요. 공간과 사람, 커피가 어우러져 강렬한 인상을 줬어요. 그곳에서 마시는 커피 한 모금 한 모금이 즐거웠습니다.
- 현기님은 동료 바리스타 분들께 굉장히 살갑게 대하고, 그만큼 사랑을 많이 받으시더라고요. 오늘도 동료들과 나눠먹으려고 시나몬롤을 구워 왔다고 하셨죠.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본인만의 필살기는 무엇인가요?
먼저 사랑을 주는 것이요. 사랑은 누구에게나 줄 수 있잖아요. 저는 '사랑'이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사람다울 수 있는 주제라고 생각해요. 표현을 감추고 머뭇거리다 보면 무채색의 인간이 되지 않을까요? 언젠가 후회할지도 모르고요. 지금 당장 사랑을 모두에게 나누세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입간판을 깨끗이 닦아내는 현기님. 그 뒷모습을 담아낸 동료들의 시선에서 애정이 묻어난다.
- 보현님은 곧 베를린으로 떠나신다고요. 아예 이주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고 들었어요. 베를린의 어떤 매력에 푹 빠졌나요? 소개하고 싶은 베를린만의 문화가 있나요?
한국에서 요구하는 ‘평균’에 대한 엄격한 기준이 제게는 너무 무거운 짐이었어요. 한국에서는 나이에 따라 평균적으로 달성하려는 목표가 비슷하잖아요. 대학 입시나 취업, 결혼 같은 것들이요. 물론 모든 한국인들이 그런 생각을 갖는 건 아니지만, 베를린에는 평균치라는 게 없거든요. 평균이 없으니 비교 대상도 없고, 서로를 동등하게 대해요. 다양한 외국인들이 모여 사는 다국적 도시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모두가 자기 스스로에게 솔직하고 그 모습 그대로 가감없이 보여주는 면들이 큰 매력으로 느껴져요.
그리고 예술의 도시답게 엄청나게 많은 전시가 열려요. 길을 걷다가 우연히 감상한 전시에서 요즘 시대의 사회문제를 발견하고, 지구 반대편의 모습들을 모른 체할 수 없이 마주하게 되죠. 모두가 자기 생각을 두려움 없이 표현하는 모습이 강력한 무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 베를린에서 새롭게 그려나갈 일상이 기대돼요. 그동안 멀리까지 출퇴근하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바리스타들은 대체로 집에서 가까운 카페에서 일하기를 선호한다고 들었는데, 두 분의 통근시간은 무려 4시간이 넘어가잖아요. 매일 경기도 연천에서 명동 그리고 군자까지, 존경스러워요.
보현 | 처음에는 익숙지 않았어요. 엉덩이가 가벼운 편이라 오랜 시간 앉아있기가 지루하고 힘들었는데,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언제부턴가 익숙해져 있었어요. 요근래엔 2시간 내로 이동 가능하다면 가깝다고 느껴질 정도예요.
현기 | 저는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았어요. 아무래도 집이 서울 외곽이다 보니 어디든 나가려고 하면 기본 1~2시간은 소요되거든요.
- 이동 시간이 길어도 덤덤한 경기도민들의 위력을 제대로 보여주시네요. 출퇴근 중에는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세요?
보현 | 할 게 많아서 출퇴근 시간이 바쁘게 느껴져요. 보통은 음악을 디깅하곤 하는데요, 좋아하는 DJ의 믹셋을 듣다가 꽂히는 음악이 있으면 구글링해 보기도 하고··· 요즘엔 배우고 싶은 언어가 있어서 핸드폰 어플로 공부하거나 라디오 청취도 해요.
현기 | 대부분의 시간은 노래를 듣거나,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라이브 영상을 찾아보곤 합니다. 정신을 놓고 라이브 영상을 보다 보면 눈도 귀도 빼앗겨 내려야 할 곳을 놓친 적도 있어요.
- 곧 베를린에 가면 테크노 음악을 더 깊게 즐길 수 있겠어요.
보현 | 베를린이라는 도시를 애정 하게 됐을 때부터 테크노가 좋아졌어요. 베를린에 갔을 때 테크노음악이 사운드트랙처럼 도시 곳곳에서 흘러나왔거든요. 지나가는 차에서, 중국 음식점에서, 케밥집에서, 맥도날드에서, 지하철역에서... 말 그대로 곳곳에서요. 처음에는 테크노 중에서도 정박으로 딱딱 떨어지는 음악이 마음 편안해져 좋아했는데, 이제는 가리지 않고 두루 들어요. 요즘은 Aphex Twin-Drunkqs나 Skee Mask-Compro를 많이 들어요. 이건 현기님과 같이 자주 듣는 믹셋이에요.
- 취향과 취미를 공유하는 두 분은 단짝 친구처럼 보여요. 일상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은 편인가요? 여가 시간을 어떻게 채워내는지 궁금해요.
둘이 취향이 비슷해서, 가끔 휴무일이 같으면 저장해놨던 카페나 맛집을 현기님이랑 같이 가곤 해요. 최근에는 현기님이랑 시간이 안 맞아서 같이 놀러 다닐 시간이 없었네요. 혼자 있을 땐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많아서 여가 시간에도 바쁜 편이에요. 먹고 싶은 음식을 만들기도 하고, 베이킹도 하고, 위시리스트에 추가해둔 영화를 보기도 하고요.
현기 | 혼자서 시간을 보낼 때는 하루 종일 음악을 떼어놓지 않고 듣는 편이에요. 주로 요리를 즐겨 하고, 제 관심사를 부풀리는 행동들을 합니다.
"베를린 카페에서 먹었던 시나몬롤이 너무 맛있어서, 집에서도 굽기 시작했어요." 현기님이 직접 만든 시나몬롤과 보현님이 만든 동파육, 넉넉히 만들어 동료들과 함께 나눠먹었다고.
- 두 분이 좋아하는 커피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나요? 커피 취향도 비슷한 편인가요?
보현 | 맑고 깨끗한 커피를 좋아합니다. 예를 들자면 엘카르멘 콜롬비아 디카페인을 필터로 내려 마시면 정말 깨끗하고 단맛이 좋아요. 가끔은 스트롱하게 내려서 토닉워터와 섞어마시기도 하고, 온더락으로 마시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어떤 커피든 진하게 내려서 토닉워터랑 섞어마시는 걸 정말 좋아해요. 최근에 마셨던 좋았던 커피는 엘살바도르 커피였는데, 약간의 장미 향이 코끝에 남아있어 좋았어요.
현기 | 전체적인 맛이 꽉 찬 커피를 선호합니다. 지금 보난자커피에서 소개하는 원두 중에서 가장 제 입맛에 맞는 원두를 고르자면, ‘그라시아스 아 디오스 페루’ 커피가 가장 매력적이에요. 전체적인 포도 뉘앙스에 약간의 갈색 설탕, 때론 그을린 설탕 맛이 나는데 앞뒤로 빈틈없는 맛이라 취향에 꼭 들어맞아요. 직접 내린 커피에 직접 만든 디저트, 좋아하는 음악까지 곁들이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 '그라시아스 아 디오스 페루' 원두 보러가기 ]
- 함께 일하는 분들께 두 분의 인터뷰를 진행한다고 말씀드렸을 때, 반응이 한결같았어요. 속 깊고 배울 점 많은 분들이라고요. 함께 일하는 동료 이전에, 사람 자체가 좋다는 이야기가 많았는데요. 서로가 생각하는 서로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보현 | 현기님은 다정하면서도 솔직하고 이성적이에요. 뒤에서 묵묵히 이것저것 챙겨주고 걱정해 주는 현기님을 보면서 참 다정다감하다고 느낄 때가 많아요. 종종 제가 감정에 휩쓸려 힘들어할 때마다 옆에서 현실적인 조언들을 해 주면 힘을 얻고 일어날 수 있었어요. 또 제게 신선한 영감과 자극을 주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현기 | 동료로서 보현님의 장점은 무엇보다 ‘일을 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뿐만 아니라 궂은 일을 남에게 떠맡기지 않고 가장 먼저 나서서 하고, 본인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인간적인 모습이 호감을 갖게 만들죠. 사람은 사람다울 때 가장 매력적이니까요.
누가 봐도 남매인 현기님과 보현님 어린시절 모습. 두 분의 우정과 새로운 도전을 응원합니다 !
강보현, 보난자커피 명동점 바리스타 & 강현기, 보난자커피 군자점 바리스타
바리스타 남매, 보난자커피에서 일합니다.
- 바리스타라는 같은 직업을 가진 남매, 게다가 같은 브랜드에서 일한다는 서사가 흥미로워요. 커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보현 | 저는 커피보다 ‘바리스타’라는 직업에 관심이 갔어요. 커피라는 매개체 덕에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며 하나가 될 수 있고, 누군가에겐 삶 그 자체라는 의미에 끌렸죠. 바리스타는 손님들과 접촉하는 시간이 많잖아요. 커피를 통해 모든 사람들에게 친밀하게 다가갈 수 있으니 사람들은 낯설어하지 않아요. 소통하길 좋아하는 제 성격과 잘 맞기도 하고, 바리스타가 지닌 이런 이미지가 큰 장점으로 느껴졌어요. 지금 제게는 바리스타가 가장 잘 맞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현기 |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에 ‘보다 나은 오늘을 보내려면?’이라는 질문이 떠올랐어요. 스스로 묻고 답하다 보니, 일상의 요소 중 가까이 있는 커피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어 자연스레 관심이 생겼죠. 그리고 보현님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사람과 만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바리스타라는 직업을 매력적으로 느꼈습니다. 지금도 바리스타를 직업으로 선택하길 잘 했다고 생각해요.
- 보난자커피 이전에 전 직장에서도 함께 근무했다고 들었는데요. 일부러 동행하는 건가요? 든든한 짝꿍처럼. (웃음)
현기 | 동행을 의도하진 않았지만, 운 좋게도 전 직장과 보난자커피 둘 다 보현님의 권유로 함께 근무하게 되었어요. 직장에서 보현님을 대할 때에는 가족이라기보다는 '어딜 가나 있는 직장 선배'에 가까워요. 덕분에 여태 직장에서 잘 적응할 수 있었어요.
보현 | 저는 항상 현기님이 1+1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일하는 환경이 만족스러우면, 현기님도 같이 일하면 좋겠다고 자주 생각하거든요. 함께 일할 때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기도 하고요. 현기님은 단점이 더 많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위) 명동점 바리스타 보현님 / 아래) 군자점 바리스타 현기님
- 많고 많은 커피 브랜드 중, 보난자커피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보현 | 처음 바리스타라는 꿈을 갖고 커피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 접했던 커피가 *mtl한남에서 마셨던 엘 카르멘 콜롬비아였습니다. 그때부터 보난자커피를 알게 되었고, 전 직장에서 퇴사 후 현기님과 휴가로 떠난 베를린에서 보난자커피를 다시 마셨을 때 ‘이런 맛있는 커피를 다루는 바리스타들은 바에서 근무할 때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했어요. 그 즈음 보난자커피 코리아가 오픈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한국으로 돌아가면 보난자커피에서 일해야겠다 마음먹었죠.
현기 | 저도 비슷해요. mtl에서 첫 인상에 이어 베를린에서의 경험이 좋아 관심이 커졌어요.
[ ‘엘 카르멘 콜롬비아’ 원두 보러 가기 ]
*mtl : 보난자커피 공식 유통사
- 보난자커피 군자점과 명동점은 각각 특징이 뚜렷한데요. 각자 일하는 매장에 관해 이야기해 볼까요.
현기 | 사계절을 뚜렷하게 체감할 수 있다는 점이 군자점의 가장 큰 장점이에요. 층고가 높아 답답하지 않고요. 매장 규모도 크다보니 보난자커피를 즐기고 싶은 분들을 한 번에 더 많이 수용할 수 있다는 점도 좋고요. 바로 옆에 로스터리가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에요. 로스터 분들과 원활히 소통하며 원두를 빠르게 공급받고, 좋은 퀄리티의 커피를 제공해 드릴 수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손님 입장에서는 본인이 마시고 있거나 구입하고 싶은 원두의 생산 과정을 바로 옆 로스터리에서 볼 수 있으니, 시각적인 효과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겠죠.
보현 | 백화점 안에 있는 명동점은 백화점 임직원분들이 자주 찾아오시고, 실내다 보니 바깥 날씨가 궂을 때 많이 찾아오세요. 군자점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긴 하나, 베를린 매장의 분위기를 잘 살려 처음 방문했을 때 압도될만한 포인트들이 있죠. 길게 늘어뜨린 레고같은 짙은 청록색 대리석 바가 큰 몫을 하고, 풍성한 식물과 우드, 스틸과 같은 재질의 조화가 정말 마음에 듭니다. 더불어 같이 일하는 팀원분들이 관심과 애정을 갖고 돌보는 덕에 많은 분들이 자주 찾아주신다고 생각해요.
짙은 청록색 대리석 커피바와 다양한 소재의 조화가 인상적인 보난자커피 명동점
- 서로의 근무 환경이 부러울 때도 있나요? 현기님은 군자점으로 이동하기 전에 명동점에서 일한 적이 있다고 들었어요.
현기 | 군자점은 매장 규모가 크고 워낙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니 한 분 한 분 신경써드리거나 스몰토크를 나누기 어렵다는 점이 무척 아쉬워요. 바리스타라는 직업을 매력적으로 느낀 이유 중 ‘손님들과의 소통’이 컸던 만큼, 이 부분은 명동점에서 일할 때 만족도가 높았어요.
보현 | 군자점의 큰창에서 내리쬐는 햇볕을 맞으며 일해보고 싶어요. 햇볕 쬐는걸 정말 좋아하거든요. 사계절을 두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다는 점이 군자점의 가장 큰 장점이죠. 봄엔 나무에서 새순이 나와 매장 안에서 밖을 보면 연두빛 세상이고요, 여름엔 푸르른 나무들과 따사로운 햇살, 가을엔 낙엽진 갈색빛 나무들과 노을, 겨울엔 바깥에 눈오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현기님이 꽤 부럽네요.
커다란 통창을 통해 날씨와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보난자커피 군자점
- 바리스타의 일상은 소통이 팔 할이잖아요. 동료 바리스타는 물론, 불특정 다수의 손님들과 원만하게 소통해야 하죠. 보현님은 내향적인 성격이라고 들었는데, 내향형 바리스타들이 참고할 만한 소통 노하우가 있을까요?(웃음)
보현 | 사실은 매일매일 제 자신에게 최면을 걸고 있어요. ‘나는 파워 외향이다...’ 보난자커피를 떠올렸을 때 행복한 기억이 남을 수 있도록 감초 역할만 하면 된다고 생각해서, '부담스럽지 않은 정도로만 소통하자'를 모토로 노력해요. 자주 가는 카페들의 바리스타 분들의 태도를 보고 많이 배우죠. 예컨대 전에 왔던 손님을 기억해 물 한잔 내어 드린다거나, 저번에 드셨던 음료와 다른 음료를 권해드리는 정도로요.
- 다른 바리스타 분들의 태도를 보고 배운다고 하셨는데,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었나요?
보현 | 베를린 크로이츠 베르크에 자리한 Nano Kaffee에서 만난 바리스타가 기억에 깊게 남았어요. 여름에 갈증이 나서 우연히 들어갔던 카페였는데, 콜드브루 토닉을 시켜놓고 앉아 한숨 돌리는 사이에 스몰 토크를 걸어왔어요. 얘기하다 보니 커피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서로 비슷하고, 좋아하는 커피 취향도 비슷했죠. 말이 매끄럽게 통하지는 않아도, 커피 하나로 마음이 통해 몇 시간 내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했던 기억이 나네요. 물론 커피도 정말 맛있었습니다.
현기 | 저도 바리스타를 막 시작했을 때 알게 된 망원동 '이페커피'가 기억에 남아요. 당시 낯가림이 심해서 처음 보는 사람과 말을 잘 못했는데, 사장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거든요. 공간과 사람, 커피가 어우러져 강렬한 인상을 줬어요. 그곳에서 마시는 커피 한 모금 한 모금이 즐거웠습니다.
- 현기님은 동료 바리스타 분들께 굉장히 살갑게 대하고, 그만큼 사랑을 많이 받으시더라고요. 오늘도 동료들과 나눠먹으려고 시나몬롤을 구워 왔다고 하셨죠.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본인만의 필살기는 무엇인가요?
먼저 사랑을 주는 것이요. 사랑은 누구에게나 줄 수 있잖아요. 저는 '사랑'이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사람다울 수 있는 주제라고 생각해요. 표현을 감추고 머뭇거리다 보면 무채색의 인간이 되지 않을까요? 언젠가 후회할지도 모르고요. 지금 당장 사랑을 모두에게 나누세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입간판을 깨끗이 닦아내는 현기님. 그 뒷모습을 담아낸 동료들의 시선에서 애정이 묻어난다.
- 보현님은 곧 베를린으로 떠나신다고요. 아예 이주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고 들었어요. 베를린의 어떤 매력에 푹 빠졌나요? 소개하고 싶은 베를린만의 문화가 있나요?
한국에서 요구하는 ‘평균’에 대한 엄격한 기준이 제게는 너무 무거운 짐이었어요. 한국에서는 나이에 따라 평균적으로 달성하려는 목표가 비슷하잖아요. 대학 입시나 취업, 결혼 같은 것들이요. 물론 모든 한국인들이 그런 생각을 갖는 건 아니지만, 베를린에는 평균치라는 게 없거든요. 평균이 없으니 비교 대상도 없고, 서로를 동등하게 대해요. 다양한 외국인들이 모여 사는 다국적 도시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모두가 자기 스스로에게 솔직하고 그 모습 그대로 가감없이 보여주는 면들이 큰 매력으로 느껴져요.
그리고 예술의 도시답게 엄청나게 많은 전시가 열려요. 길을 걷다가 우연히 감상한 전시에서 요즘 시대의 사회문제를 발견하고, 지구 반대편의 모습들을 모른 체할 수 없이 마주하게 되죠. 모두가 자기 생각을 두려움 없이 표현하는 모습이 강력한 무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 베를린에서 새롭게 그려나갈 일상이 기대돼요. 그동안 멀리까지 출퇴근하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바리스타들은 대체로 집에서 가까운 카페에서 일하기를 선호한다고 들었는데, 두 분의 통근시간은 무려 4시간이 넘어가잖아요. 매일 경기도 연천에서 명동 그리고 군자까지, 존경스러워요.
보현 | 처음에는 익숙지 않았어요. 엉덩이가 가벼운 편이라 오랜 시간 앉아있기가 지루하고 힘들었는데,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언제부턴가 익숙해져 있었어요. 요근래엔 2시간 내로 이동 가능하다면 가깝다고 느껴질 정도예요.
현기 | 저는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았어요. 아무래도 집이 서울 외곽이다 보니 어디든 나가려고 하면 기본 1~2시간은 소요되거든요.
- 이동 시간이 길어도 덤덤한 경기도민들의 위력을 제대로 보여주시네요. 출퇴근 중에는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세요?
보현 | 할 게 많아서 출퇴근 시간이 바쁘게 느껴져요. 보통은 음악을 디깅하곤 하는데요, 좋아하는 DJ의 믹셋을 듣다가 꽂히는 음악이 있으면 구글링해 보기도 하고··· 요즘엔 배우고 싶은 언어가 있어서 핸드폰 어플로 공부하거나 라디오 청취도 해요.
현기 | 대부분의 시간은 노래를 듣거나,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라이브 영상을 찾아보곤 합니다. 정신을 놓고 라이브 영상을 보다 보면 눈도 귀도 빼앗겨 내려야 할 곳을 놓친 적도 있어요.
- 곧 베를린에 가면 테크노 음악을 더 깊게 즐길 수 있겠어요.
보현 | 베를린이라는 도시를 애정 하게 됐을 때부터 테크노가 좋아졌어요. 베를린에 갔을 때 테크노음악이 사운드트랙처럼 도시 곳곳에서 흘러나왔거든요. 지나가는 차에서, 중국 음식점에서, 케밥집에서, 맥도날드에서, 지하철역에서... 말 그대로 곳곳에서요. 처음에는 테크노 중에서도 정박으로 딱딱 떨어지는 음악이 마음 편안해져 좋아했는데, 이제는 가리지 않고 두루 들어요. 요즘은 Aphex Twin-Drunkqs나 Skee Mask-Compro를 많이 들어요. 이건 현기님과 같이 자주 듣는 믹셋이에요.
- 취향과 취미를 공유하는 두 분은 단짝 친구처럼 보여요. 일상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은 편인가요? 여가 시간을 어떻게 채워내는지 궁금해요.
둘이 취향이 비슷해서, 가끔 휴무일이 같으면 저장해놨던 카페나 맛집을 현기님이랑 같이 가곤 해요. 최근에는 현기님이랑 시간이 안 맞아서 같이 놀러 다닐 시간이 없었네요. 혼자 있을 땐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많아서 여가 시간에도 바쁜 편이에요. 먹고 싶은 음식을 만들기도 하고, 베이킹도 하고, 위시리스트에 추가해둔 영화를 보기도 하고요.
현기 | 혼자서 시간을 보낼 때는 하루 종일 음악을 떼어놓지 않고 듣는 편이에요. 주로 요리를 즐겨 하고, 제 관심사를 부풀리는 행동들을 합니다.
"베를린 카페에서 먹었던 시나몬롤이 너무 맛있어서, 집에서도 굽기 시작했어요."
현기님이 직접 만든 시나몬롤과 보현님이 만든 동파육, 넉넉히 만들어 동료들과 함께 나눠먹었다고.
- 두 분이 좋아하는 커피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나요? 커피 취향도 비슷한 편인가요?
보현 | 맑고 깨끗한 커피를 좋아합니다. 예를 들자면 엘카르멘 콜롬비아 디카페인을 필터로 내려 마시면 정말 깨끗하고 단맛이 좋아요. 가끔은 스트롱하게 내려서 토닉워터와 섞어마시기도 하고, 온더락으로 마시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어떤 커피든 진하게 내려서 토닉워터랑 섞어마시는 걸 정말 좋아해요. 최근에 마셨던 좋았던 커피는 엘살바도르 커피였는데, 약간의 장미 향이 코끝에 남아있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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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 | 전체적인 맛이 꽉 찬 커피를 선호합니다. 지금 보난자커피에서 소개하는 원두 중에서 가장 제 입맛에 맞는 원두를 고르자면, ‘그라시아스 아 디오스 페루’ 커피가 가장 매력적이에요. 전체적인 포도 뉘앙스에 약간의 갈색 설탕, 때론 그을린 설탕 맛이 나는데 앞뒤로 빈틈없는 맛이라 취향에 꼭 들어맞아요. 직접 내린 커피에 직접 만든 디저트, 좋아하는 음악까지 곁들이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 '그라시아스 아 디오스 페루' 원두 보러가기 ]
- 함께 일하는 분들께 두 분의 인터뷰를 진행한다고 말씀드렸을 때, 반응이 한결같았어요. 속 깊고 배울 점 많은 분들이라고요. 함께 일하는 동료 이전에, 사람 자체가 좋다는 이야기가 많았는데요. 서로가 생각하는 서로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보현 | 현기님은 다정하면서도 솔직하고 이성적이에요. 뒤에서 묵묵히 이것저것 챙겨주고 걱정해 주는 현기님을 보면서 참 다정다감하다고 느낄 때가 많아요. 종종 제가 감정에 휩쓸려 힘들어할 때마다 옆에서 현실적인 조언들을 해 주면 힘을 얻고 일어날 수 있었어요. 또 제게 신선한 영감과 자극을 주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현기 | 동료로서 보현님의 장점은 무엇보다 ‘일을 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뿐만 아니라 궂은 일을 남에게 떠맡기지 않고 가장 먼저 나서서 하고, 본인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인간적인 모습이 호감을 갖게 만들죠. 사람은 사람다울 때 가장 매력적이니까요.
누가 봐도 남매인 현기님과 보현님 어린시절 모습. 두 분의 우정과 새로운 도전을 응원합니다 !
Credit
Interview | 조혜빈
Photo | 김효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