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마주하는 한 잔 속에 담긴 다채로운 장면.
슐튀르 미디어와 보난자커피가
엮어낸 비주얼 에세이를 소개합니다.
커피가 선사하는 풍요로운 순간과 함께
무뎌진 일상의 감각을 일깨워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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슐튀르 미디어와 보난자커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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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가 선사하는 풍요로운 순간과 함께
무뎌진 일상의 감각을 일깨워 보세요.
매일 마주하는 한 잔 속에 담긴 다채로운 장면.
긴 글 읽는 사회를 꿈꾸는 텍스트 기반의 채널 슐튀르 미디어와
함께 엮어낸 비주얼 에세이를 소개합니다.
커피가 선사하는 풍요로운 순간과 함께 무뎌진 일상의 감각을 일깨워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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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hythm | 청각
약속시간을 5분 넘기고 온 여자의 발소리가 들렸다. 판판하지만 묵직한 소리, 굽이 낮은 부츠를 신은 모양이었다. 여유가 넘쳤다. ‘도각도각’. 여자는 태연하면서 수줍은 얼굴로 커피를 사겠다고 내 옆에 서서 말했다. 키가 큰 여자. 앉아서 서있는 여자를 보니 더 커 보였다. 나는 뜨겁고 어리숙한 표정으로 일어섰다. 이미 커피는 두 잔째. 이것까지 마시면 세 잔 째가 될 터. 하지만 커피를 두 잔째 시킬 때부터 긴 밤은 필연적인 것이었다.
여자는 밸런스가 좋은 원두를, 나는 6개의 선택지 중 두 번째로 산미가 강한 원두를 시켰다. 3년 전에 헤어진 여자. 그때의 몸짓과 표정, 손가락과 향. 목소리 모두 그대로였다. 마음만 달라졌다. 그렇게 떠들던 카페 안 남녀들은 저녁시간이 되자 연극처럼 다 나갔다. 카페엔 여자와 나, 그리고 바리스타 몇 명. 나는 하고 싶은 말을 찾지 못했다. 말하고 싶은 감정들만 두텁게 쌓여 있었다. 성대까지 치고 올라온 감정들이 입안에서 시끄럽게 떠들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입은 더 강하게 닫혔다.
커피가 필터에서 한 방울씩 떨어질 때마다 하고 싶은 질문들이 달라졌다. ‘그때의 여행을 기억하는지’, ‘추천한 노래를 아직도 듣는지’, ‘준 편지들을 다시 읽는지’, ‘그 편지들이 아직도 서랍에 있는지’. 바리스타는 물을 차분히 떨어뜨렸다. 내 커피는 여자의 것보다 몇 분 뒤에 나왔다.
심장은 더 깊고 거칠게 뛰었다. 입에 있는 감정들이 멋대로 튀어나올까 봐, 한 번 튀어나오면 걷잡을 수 없을까봐. 카페인 핑계를 댈 수도 없었다. 여자는 순수하고 복잡한 얼굴로 허공을 응시했고, 나는 커피잔에서 올라오는 기포들을 보기 시작했다. 맑게 내려진 드립 커피. 방울들은 물 표면 위에서 거닐었다. 밑에 뭐라도 사는 것처럼. 방울들이 하나씩 올라왔다. 꽃잎을 뜯어 운세를 시험하듯 여자에게 말을 할까 말까 이 기포들로 시험하고 싶어졌다. ‘톡 - 말한다. 톡 - 말하지 않는다…’
‘폭. 포폭, 폭, 포폭’
커피 위를 헤매는 밤이었다.
- 이정욱 -